늙고 병든 후의 삶, 국가가 제대로 맡아야

 

[늙고 병든 후의 삶, 국가가 제대로 맡아야]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든다. 그렇게 되면 남의 도움 없이 살아가기 어렵다. 선천적 혹은 후천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전통적인 대가족 제도가 해체되며 가족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국가나 사회가 새로운 안전망을 구축해야 하고 그 필요에 따라 성년후견제도가 2013년 7월 도입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독일 하노버시는 인구 60만명이지만 성년후견을 담당하는 법관이 17인, 사법 보좌관이 11인이다. 1000만 서울시민을 담당하는 서울가정법원의 성년후견 담당 법관은 고작 3인에 불과하다. 제도 운용 면에서도 가정법원은 물론 관련 부서도 법무부, 보건복지부, 행정자치부,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에 걸쳐 있다. 성년후견제도 정착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이웃 일본에서는 공적 영역과 민간 영역이 합쳐 각 지역에 성년후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성년후견제도 이용의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그에 따라 성년후견제도 이용 촉진회의를 발족했다. 그 회의 의장은 총리, 위원은 관방장관, 특명장관, 법무장관, 후생노동장관, 총무장관 등이다. 국가의 중요 책무로 인식하는 것이다.

저소득층에 대한 공공 후견도 중요한 축이다. 그런데 현재 공공 후견은 발달 장애인에 대해서만 시행되고 있고, 정신 장애인에 대하여는 확대 단계에 있다. 머지않아 고령, 치매 환자에게도 그 혜택을 줘야 한다. 부모의 재산을 노린 자녀가 다툼 수단으로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하는 사례 때문에 성년후견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성년후견은 가정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고 그 업무를 감독하므로 가족 간 분쟁을 완화하거나 해결하고, 본인의 안전한 삶을 지켜주는 공적인 제도다. 성년후견제도가 성공하려면 다양한 담당 기관들과 관련자들 사이의 견고한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공적인 영역과 민간 영역이 역량을 합쳐야 효율적이고 지속적인 제도 발전이 가능하다. 전문 후견인, 교수, 실무자로 구성된 한국후견협회가 발족한 것도 민간 영역에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출발이다. 성년후견이 남의 제도가 아닌 바로 나의 제도라는 점에서 정착을 위해 모두가 나서야 한다.

[소순무 한국후견협회장·변호사]
조선일보 기고글에서

2017-06-23T16:08:17+00:00